Page 46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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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유성無情有性 불성론
석두희천의 선풍禪風은 마조도일馬祖道一이 “석두의 길은 미끄럽다[石頭
路滑].” 라고 칭하는 것과 같이 그 기봉機鋒이 험준하여 일반인이 응대하기
6)
어려웠다. 예를 들면, 어떤 한 승려가 희천을 찾아왔다. 희천은 “어디에서
오시는가?”라고 물었다. 승려는 “강서에서 왔습니다.”라고 답하였다. 다시
“마조대사를 보았는가?”라고 묻자, 승려는 “보았습니다.”라고 말하였다.
희천은 바로 땅 위의 땔감나무 한 다발을 가리키며 “마조대사가 어찌 이것
과 같은가?” 라고 하자, 승려는 대꾸하지 못했다.
7)
이와 같은 대화에서 중요한 사상적 변곡점이 보인다. 그것은 ‘무정유
성無情有性’의 불성론적 사유가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데 『경덕전등록』 권
14에 실린 전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보인다.
나의 법문은 선대로부터 부처님께서 전해 주신 것이니, 선정禪定과
정진精進을 논할 것 없이 불佛의 지견知見을 통달하면 즉심즉불卽心
卽佛이다. 심心·불佛·중생衆生·보리菩提·번뇌煩惱는 이름은 다
르나 체體는 하나일 뿐이다. 8)
이로부터 희천 역시 마조와 같이 ‘즉심즉불’을 논하고 있음을 볼 수 있
다. 그러나 어떤 승려가 희천에게 “무엇이 선禪입니까?”라고 묻자 희천은
6) [宋]道原纂, 『景德傳燈錄』 卷6(大正藏51, 246b).
7) 앞의 책, 卷14(大正藏51, 309b), “師問新到僧: 從什麽處來? 僧曰: 江西來. 師曰: 見馬大師否? 僧
曰: 見. 師乃指一橛柴曰: 馬師何似遮箇?”
8) [宋]道原纂, 『景德傳燈錄』 卷14(大正藏51, 309b), “吾之法門先佛傳授, 不論禪定精進, 達佛之知見
卽心卽佛. 心佛衆生菩提煩惱名異體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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