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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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고 말하였다. 행사가 “무엇을 얻으러 왔는가?”라고 하자, 희
                  천은 “조계에 이르기 전에도, 또한 잃은 것이 없습니다.”라고 답했
                  다. 행사가 다시 “그렇다면 조계에 무엇 하러 갔었는가?”라고 묻자

                  희천은 “만약 조계에 이르지 않았다면, 어찌 잃지 않음을 알았겠습

                  니까?”라고 답하였다.”     5)


               희천이 말하는 ‘잃지 않음[不失]’이라는 것

             은 바로 『단경』에서 강조하는 모든 사람이

             가진 자성自性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실상
             『단경』의 사상은 ‘돈오’를 통하여 이른바 ‘본
             래현성本來現成’, ‘당하즉시當下卽是’로 귀결

             되는데, 여기에서 희천의 답은 이를 함의含

             意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희천은
             이미 혜능 문하에서 이른바 ‘선지식의 지
             시指示’를 통하여 어느 정도 돈오에 접근했
                                                     사진 3. 석두희천 선사.
             음을 짐작할 수 있다.

               희천은 행사 문하에서 수법受法 이후, 천보天寶(742∼755)년간 초에 호
             남湖南 형산衡山의 남사南寺에서 홍법弘法의 요청을 받았다. 이에 희천은 사

             원 동쪽의 큰 바위 위에 암자를 짓고 머물렀기 때문에 그를 ‘석두화상石頭
             和尙’이라 칭했으며, 그의 문하를 석두종石頭宗이라고 칭한다.







             5)  [宋]道原纂, 『景德傳燈錄』 卷5(大正藏51, 240b), “師問曰: 子何方而來? 遷曰: 曹溪. 師曰: 將得
               什麽來? 曰: 未到曹溪亦不失. 師曰: 恁麽, 用去曹溪作什麽? 曰: 若不到曹溪, 爭知不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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