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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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이다.”라고 답하였고, 다시 “무엇이 도입니까?”라고 묻자, “나무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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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라고 답하였다. 여기에는 중요한 사상적 충돌이 보이는데, 바로 ‘즉
심즉불’과 ‘무정유성’의 대립이다.
‘심’에 ‘즉’해야만 ‘불’에 ‘즉’할 수 있다는 점은 명확하게 『단경』으로부터
연원한 것이지만, ‘벽돌’, ‘나무토막’과 같은 무정물로 불성을 삼는 것은 동
산법문 이래 『단경』에서도 철저하게 비판했던 점이다. 희천의 선사상에는
‘유정유성有情有性’, 즉 ‘즉심즉불’과 무정의 불성론이 혼재하고 있는데, 이
는 일종의 과도기적인 사상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는 점이다. 사실상 이는
조사선의 불성론에 있어서 중요한 변곡점으로, 이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종
합적으로 논할 예정이다.
그런데 희천의 이러한 사상적 태도는 바로 당시 불교의 다양한 교의를
조사선에서 통합하고자 하는 의도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하겠다. 희천의 선
사상을 집약하고 있는 것은 바로 「참동계參同契」인데, 이는 220자字의 짧은
게송이며, 『경덕전등록』 권30에 「남악석두화상참동계南嶽石頭和尙參同契」라
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오등회원五燈會元』에서는 희천이 승조僧肇의 『조
론肇論』을 읽고 감탄하여 “만물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자, 그가 오직
성인聖人이구나!”라고 하고, “성인은 자기가 없고 자기가 아닌 바가 없으
며, 법신法身은 상象이 없는데 누가 자타自他를 말하겠는가?”라고 하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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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를 찬술했다고 한다. 이로부터 희천이 『조론』에 보이는 ‘촉사이진觸
事而眞’, ‘물아동근物我同根’, ‘물아일체物我一體’, ‘물아위일物我爲一’ 등의 사상
에 영향을 받아 ‘무정유성’을 제창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9) 앞의 책(大正藏51, 309c), “問: 如何是禪? 師曰: 碌塼. 又問: 如何是道? 師曰: 木頭.”
10) [宋]普濟集, 『五燈會元』 卷5(卍續藏83, 454c), “師因看肇論, 至會萬物爲己者其唯聖人乎. 乃拊几
曰: 聖人無己, 靡所不己. 法身無象, 誰云自他? …… 遂著參同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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