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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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성제聖諦 또한 행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조사가 “어
떠한 계급에 떨어졌는가?”라고 묻자, “성제마저 행하지 않았는데,
어떤 계급이 있겠습니까?”라고 답하였다. 1)
여기에서 ‘계급’은 바로 점수漸
修를 의미하는 것이며, ‘성제’는
또한 교학의 차제次第에서 아라한
과阿羅漢果를 추구하는 사성제四
聖諦를 가리킨다. 따라서 ‘불락계
급不落階級’을 물은 것은 바로 어
떻게 해야 ‘돈오’할 수 있는가를
물은 것이고, ‘성제’조차 닦지 않
았다는 의미는 자신이 이미 ‘돈
법頓法’에 들었음을 암시하고 있
는 말이다. 당연히 이러한 문답은
육조의 마음에 흡족하였을 것이
사진 1. 길주吉州 청원산靑原山 정거사靜居寺.
고, 그에 따라 혜능 문하의 상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혜능으로부터 법을 얻은 후에 강서에 이
르러 홍법하였으며, 길주 청원산靑原山 정거사靜居寺에 주석하였기 때문에
총림에서는 그를 ‘청원행사靑原行思’라고 불렀다.
행사도 또한 돈법의 제접법을 사용하여 학인들을 접인接引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명한 문답은 어떤 승려가 “무엇이 불법의 대의입니까?”라고 묻
1) [宋]道原纂, 『景德傳燈錄』 卷5(大正藏51, 240a), “問曰: 當何所務, 卽不落階級? 祖曰: 汝曾作什
麽? 師曰: 聖諦亦不爲. 祖曰: 落何階級? 曰: 聖諦尙不爲, 何階級之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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