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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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불과하지만 길이 가팔라
천천히 올라왔습니다. 벚꽃
은 활짝 피었을 때도 아름답
고, 질 때도 아름답지만, 막
피려 할 때도 아름답습니다.
용미봉 아래 진달래 군락
지입니다. 꽃피는 기쁨을 알
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마 살
아가기 힘들지 않을까요. 꽃
과 숲과 강과 산 그리고 하늘
이 겹겹이 겹친 이 풍경은 절
경입니다. 이 풍경 하나를 보 사진 1. 와룡산 기슭의 봄날.
려고 봄날이 가기 전에 와룡산 용미봉에 오른 것입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1)
기억이 맞는다면 나는 이 노래를 K중학교 합격생 예비소집 날 처음 들
었습니다. 노래를 부른 사람은 당시 사회를 보던 교무주임 이길우 선생님
(수학)입니다. 선생님 애창곡이 바로 「봄날은 간다」였고, 떨리던 그 음색이
1) 「봄날은 간다」,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 노래,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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