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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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가 꽃을 들
어 대중에게 보여주었
는데 아무도 그것이 무
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오직 가섭만
이 파안미소破顔微笑,
즉 얼굴을 ‘깨뜨리며’
미소지었습니다. 보이
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여기에는 아무런 설명
도 없고 아무런 신호도
없습니다.
가섭의 ‘파안미소’는 사진 4. 와룡산 아래로 흘러가는 금호강.
행복의 징후였을까요,
신비 체험의 표현이었을까요. 가섭의 체험은 인간의 헐렁한 언어로는 표
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불립문자不立文字’란 말이나 글에 의지하지 않
고 곧장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면 부처가 된다는 것입니다. 선종은 이렇
게 ‘파안미소’ 속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설화는 믿기 어렵습니다. 불교 역시 제자들이 모여 문자로 기
록했기 때문에 전해지는 것입니다. 가섭은 마음으로 무슨 요체를 전해 받
은 것이 아니라 불경 편찬의 발기인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이야기는
5)
대장경에는 나오지 않고 『대범천왕문불결의경大梵天王問佛決疑經』이라는 경
5)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석가모니가 열반한 해에 가섭이 아난타 등 500명을 소집해 최초의 불전 결집
을 주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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