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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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감정 중 하나입니다. 이런 정감은 단지 ‘아름다운 지금의 모습’을 바
라보는 데에서 오는 감정보다도 더 깊고 섬세한 감정입니다.
삶의 한가운데에서 ‘삶이란 덧없는 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얼
마나 아련한 슬픔일까요. 한갓 꿈같은 인생길에서도 활짝 핀 꽃을 보는 것
은 즐겁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슬픔의 세계와도 만나는 것
3)
입니다. 정취는 자연에서 얻는 것이 깊고 학문에서 얻는 것은 얕다 고 했
는데 과연 그러하지 않습니까.
염화미소拈花微笑
꽃에 대해서는 아무리 말해도 남김없이 다 말했다 싶은 경지에 이르지
못합니다. 어떤 이야기보다 더 영적이고 철학적 의미가 담긴 이야기를 하
나 덧붙이겠습니다. 꽃에 대한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야기는 천 년 전 중
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세존은 옛날 영취산의 집회에서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셨다. 그
때, 모두가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오직 가섭존자 한 사람만이 얼
굴의 긴장을 풀고 활짝 미소 지었다.
세존은 말하였다. “나에게 정법안장, 열반묘심, 실상무상이라는
미묘한 법문이 있다. 불립문자, 교외별전이라는 방편으로 마하가
섭에게 부촉하노라.” 4)
3) 袁宏道, 『袁中郞全集』, 卷一
『
4) 無門關』, 1228 : (第六則 世尊拈花) 世尊, 昔在靈山會上, 拈花示衆, 是時衆皆黙然, 惟迦葉尊者,
破顔微笑 世尊云, “吾有正法眼藏, 涅槃妙心, 實相無相, 微妙法門, 不立文字, 敎外別傳, 咐囑
摩訶迦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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