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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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처음 등장합니다.  이 경은 위서僞書입니다.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와 같은 ‘염화미소拈花微笑’는 이처럼 11세기에 송
          나라에서 만들어진 설화입니다. 송대에 이르러 선가禪家에서는 언어의 한

          계를 깨달은 것입니다. 선승들의 생생한 깨달음과 그 과정을 인류의 허술

          한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뒷받침할 위경을 만
          들어낸 것입니다.
           하나의 종교나 종파가 시종일관한 논리의 배열에 도달하려면, 일반 관

          념들에 토대를 둔 언어를 개발함으로써 그런 관념을 다룰 수 있어야 하고,

          또 그것을 정의하는 문헌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7)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세계 위에 또 하나의 차원으로서 언어세계가 겹쳐
          져 있고, 우리들 인간은 현실 그 자체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언어

          라는 필터를 거쳐서 ‘언어에 의해 구축된 현실’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인간

          에게 존재의 해탈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의 부정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
          습니다. 이러한 언어의 부정을 ‘불립문자’라고 한 것입니다.
           ‘불립문자’, 이게 과연 가능한 걸까요? 우리의 감각 경험 이면에 자리 잡

          은 이야기와 배경지식을 모두 들어내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가능하다

          면 언어가 없는 인간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진달래꽃을 바라보는 우리들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끝없이 나
          타났다 사라집니다. 범부의 경계는 이처럼 언어의 재잘거림 속에서 정신

          이 방황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현재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6)  『가려 뽑은 송나라 선종3부록 권2』 (감역 벽해 원택, 장경각, 2019)에 실린 『人天寶鑑』(1230), 51 왕안석의 해박
           한 불교지식 조에 보면 ‘세존의 염화시중’ 출전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7)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종교란 무엇인가』,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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