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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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납니다.
“꽃이 피면 같이 웃
고 꽃이 지면 같이 울
던” 대목에서 가슴에
뭉클한 울림이 남았
습니다. 그 울림은 지
금도 내 가슴속에서
그 부분을 읊조릴 때
면 되살아납니다. 마
음을 뒤흔드는 말 한
사진 2. 아아, 활짝 핀 진달래꽃이여.
마디는 언제 들어도
새롭습니다.
전쟁 중에 삶의 터전은 파괴되어 잿더미만 남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죽
거나 헤어졌습니다. 당시의 시대정신이 제행무상을 노래하는 「봄날은 간
다」를 낳았습니다. 이 노래의 정서는 당대의 보편적인 심리상태였으니 한
시대의 문화적 상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이 웃고 같이 울던’ 사람이 있기 때문에 슬픈 곡조는 어느 정도 완화
됩니다. 혼자서는 느낄 수 없지만, 연대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어떤 감정
이 있습니다.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를 함께 나눈다는 감각,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겠습니까.
전쟁을 통하여 인생의 덧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그에 걸맞은 통찰력이
있는 노래를 부르며 세월마저 덧없이 지나가게 합니다. 이러한 태연함 속
에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애틋한 정감을 삭여냈던 것입니다.
꽃을 보면서 제행무상을 노래하는 수백수천의 시가 있습니다. 수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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