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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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측정하면 두 속성의 어느 하나만 나타난다.
어떤 측정에서 입자성이 드러나면 같은 측정에서 파동성이 드러날 수는
없다. 이와 반대로 파동성이 드러나면 입자성이 드러날 수 없다. 양자의 어
떤 속성이 드러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가 어떤 측정을 하느냐에 따라 결
정된다. 따라서 양자역학에서의 측정은 객관적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측정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의 범주
가 정해지는 측정이다. 양자역학의 측정 결과는 객관 그 자체의 모습이 아
니라, 주관이 참여함으로써 그 범주가 설정된 객관의 모습이다. 이 점에 대
해서는 다음에 다시 논의하겠다.
참여하는 관측의 무아無我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은 도봉산이 나타
나는 모습과 같다. 살펴보자. 도봉산은 하나지만 어느 방향에서 도봉을 바
라보느냐에 따라 산의 모습이 달라진다. 하나의 도봉이 북한산 백운대에
서 바라보면 남도봉이 되고 의정부에서 바라보면 북도봉이 된다.
북도봉이 나타나기도 하고 남도봉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남도봉과 북도
봉을 어느 한 지점에서 동시에 볼 수는 없는 것처럼, 양자는 상황에 따라
입자나 파동처럼 행동하지만 한 측정에서 입자성과 파동성이 동시에 드러
나지는 않는다. 백운대에서 남도봉이 보이면 북도봉이 사라지고 의정부에
서 북도봉이 보이면 남도봉이 사라지는 것처럼, 광전효과에서 입자성이
보이면 파동성이 사라지고 이중간섭에서 파동성이 보이면 입자성이 사라
진다.
어느 곳에 가서 도봉을 보느냐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양자를 측정하느
냐와 같다. 의정부에서 보면 북도봉이 보이고 백운대에서 보면 남도봉이
보이는 것처럼, 광전효과를 측정할 때는 빛이 입자처럼 행동하고 이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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