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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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입승을 하였기에 망정이지 전처럼 백련암을 멀리하고 살
              았더라면 어찌할 뻔했을까 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2년
              의 해인사 생활을 통해 방장 큰스님과 주지스님, 산중의 어른 스님

              들과 소임을 맡은 스님들과 내왕이 늘 있었기에 은사스님의 근황

              과 안부를 수월하게 전하고 그 어른 스님들께서 하시는 염려의 말
              씀도 잘 전달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해인사에 있어서
              다행이었지 다른 산중에서 정진하고 있었더라면 백련암은 그야말

              로 무주공산이 되어 주인 없는 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

              니 지금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앞으로는 은사스님을 잘 살필 수 있
              는 길이 무엇인지 찾아보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제 귀를 의심하였습니다. 일봉스님도 스님된 지 30년

          이 다 되어 갑니다. 그런데 법랍 20년이 지나고부터 “봉암사는 너의 노스
          님께서 마음이 고향이라 하신 곳이니 수행처로서 그만이지만 그래도 이제
          는 해인사에 들어와 나를 도우며 좀 살아야지!” 하고 권유할 때마다 “스님!

          저는 소임 살려고 스님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우리 노스님처럼 도인 되려

          고 출가하였습니다. 스님! 저에게 소임 이야기는 하지도 마십시오.!”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무안스럽게 늘 거절만 해 왔던 일봉스님의 입에서 이런 독백이

          흘러나오다니…. 병원에서 30여일 간 고생은 했지만 이번 병원 생활은 스

          승과 상좌 간에 메꾸기 힘들었던 오랜 틈을 꽉 채워 준 듯하여 얼마나 다
          행인지 모릅니다.
           결제를 앞두고 원각 방장스님을 찾아뵙고 해인사 산중 전체가 저의 쾌

          유를 바라고 있었음에 감사를 드리려고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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