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P. 15
화세계에서의 중생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며, 서방에는 아미타불을 봉안
하여 현세와 내세의 행복을 기원하고, 북방에는 석가모니불을 봉안하여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탐·진·치 삼독三毒의 번뇌煩惱에서 영원히
벗어나 지혜롭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기원을 새겼습니다. 그
렇게 염원하던 사면불 불사를 회향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사면불 조성을 담당한 공주의 금강조각연구소 윤태중 석장은 “석불조성
사石佛造成史에 있어서 단일 입상立像 사면불 조성으로는 조선시대 이후 처
음 있는 불사라서 좋은 돌에 조각도 새롭게 하고 그동안 연마한 모든 기술
을 동원하여 마음을 다하여 완성하였습니다.”라고 하며 자긍심을 펼쳐 보
였습니다.
이렇게 사면불을 완성하고 나니 이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았구
나 싶었습니다. 제 내심內心엔 성철스님 생가터 불사의 회향回向은 바로 성
철스님께서 1989년 3월 1일 종교인연합회의 요청으로 내리신 법어 “통일
을 바라며”라는 글을 새긴 ‘통일기원비’ 건립에 있었습니다. 통일신라가 사
면불을 세운 정신과 오늘날의 남북이 화합하여 전쟁 없는 불국정토가 되
길 염원하셨던 성철 종정 예하의 원력을 이어받아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삼천리 강산이 하나되는 한반도를 이룩하자는 뜻으로 그 법어를 돌에 새
겨 사면불 공간에 모셔 놓는 일이 겁외사 불사의 회향이라고 생각하고 있
었기 때문입니다. 윤태중 석장에게 제 속내를 이야기하자 단박에 찬성하
며 “산청군 이재근 군수님에게 산청의 좋은 돌을 찾아 선물해 주십사 하고
청을 할 테니 스님께서는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하며 흔연히 약속
하였습니다. 성철스님의 “통일을 바라며”라는 법어가 새겨진 ‘통일기원비’
는 이렇게 시작되어 돌을 구하는 데만 5~6개월이 걸렸고, 윤 석장은 그 많
은 돌 가운데 크고 작은 봉우리 둘이 있는 것을 골라서 산청군 골짜기에서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