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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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깨어났습니다. 부인이 꿈에
큰스님께서 자기들이 자고 있
는 방에 들어왔다고 하는 말을
듣고 곽공보는 낮에 온 편지 생
각이 나서 불을 켜고 부인에게
그 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튿날 새벽, 사람을 절로 보
내 알아보니 어젯밤에 스님께
서 가만히 앉아 돌아가셨다고
사진 1. 백운수단白雲守端 선사.
했습니다. 편지 내용과 꼭 맞았
던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곽공보의 부인이 사내아이를 낳았습니다. 편지
를 보낸 것이나 꿈 등으로 미루어볼 때 귀종선 선사가 곽공보의 집에 온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달리 지을 수가 없어, 귀종선 선사의
‘선宣’ 자를 따고, 늙을 ‘노老’ 를 넣어 ‘선로宣老’라고 했습니다.
생후 일 년쯤 되어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누구를 보든 ‘너’라
고 하며 제자 취급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법문을 하는데 스님의 생전과 조
금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어린애 취급을 할 수가 없어 모두
다 큰스님으로 대접하고 큰절을 올렸습니다. 아이의 엄마, 아버지도 큰절
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소문이 났습니다.
당시 임제종의 정맥正脈을 이은 유명한 백운단白雲端 선사가 이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세 살 되는 어린애를 안고 마중을 나갔더니 이 아이가
선사를 보고 “아하, 조카 오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생의 항렬로 치
면 백운단 선사가 귀종선 선사의 조카 상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
니 “사숙님!” 하고 어린아이에게 절을 안 할 수 없었습니다. 백운단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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