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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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갈 길만을 가면 되는 것이다. 『백유경』의 비유가 있다.
옛날 목이 마른 여행자가 물을 찾다가 나무로 된 통을 발견하였다.
그 통의 다섯 구멍에서는 맑고 시원한 물이 흘러나왔다. 여행자는
물을 마셔 갈증을 풀고는 손짓을 하며 나무통에게 말하였다. “물은
충분히 마셨으니 이제 물을 흘려보내지 마라.” 이 말에 상관없이
물이 계속 흘러나오자 여행자가 화를 냈다. “물을 내놓지 말라면
말을 들을 것이지 어째서 계속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냐?” 그렇게
나무통과 싸움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말을 했다. “참 어
리석군요. 그냥 당신 갈 길을 가면 될 것을 물을 내보내는 통과 싸
울 일이 뭡니까?”
번뇌망상과 싸우지 말고 자기 갈 길을 가라
여기에서 갈증은 집착이고, 몸은 나무통이고, 물은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오욕락이다. 오욕락은 허망한 분별의 소산이다. 수행은 그것의 허망함을 알
고 그것을 멀리하는 마음을 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몸이 있는 한 모
양, 소리, 향기, 맛, 감촉을 끊을 길이 없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사람이 돌
이나 나무와 같은 무생물이 되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비유담은 번뇌망상은 그냥 놔두고 ‘자기의 갈 길’, 즉 스스로 선택한 수
행방편에 전념으로 투신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불교에서 제시하는 우수
한 수행방편은 모양에 따른 분별과 명칭에 의한 관념화의 운동을 멈추게 한
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래서 이 공부의 최일선에서는 ‘한 물건’, 혹은 ‘불성’
이라는 외마디 말조차 문제가 있다. 육조스님이 대중들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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