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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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된다. 그러니까 번뇌망상의 권토중래를 막으려면 수행이 힘이 그것
을 압도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수행이 중요한 이유다. 사실 매일 하던 참
선이나 기도를 하루 이틀이라도 멈추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수행을 거르
는 그만큼 번뇌가 들어와 주인 노릇을 한다. 그것은 구르기를 멈춘 돌에 이
끼가 끼는 것과 같다.
번뇌망상의 뿌리 3세 6추
생각해보면 “부처로 살면 된다.”는 말은 완전한 진리다. 그렇지만 자신
이 그렇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 자체가 번뇌망상일 가능성이 십중팔
구다. 중생의 차원에서 말하는 부처는 결국 중생심의 투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생심은 표층의 분별의식과 심층의 무의식으로 이루어져 있
다. 이중 심층의 무의식을 아뢰야식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모든 번뇌망상
의 원천에 해당한다. 보통 그 작용을 알아차리기 어려우므로 미세망상이
라고 부른다.
이에 비해 표층의 분별의식은 그 작용을 알기 쉽다. 그래서 추중麤重망
상이라고 부른다. 또 미세망상은 세 차원으로 나뉘므로 3세라고 부르고,
추중망상은 여섯 차원으로 나뉘므로 6추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말나
식이라고 불리는 중층의 자아의식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것의
설정 여부에 대해서는 역대 주석가의 해석이 일치하지 않는다. 성철스님
은 말나식을 설정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경전에도 언급이 없으며 논의에
도 불편하다는 이유에서이다.
어쨌든 3세 6추가 진여불성을 어둡게 가리는 번뇌망상의 뿌리이므로 이
것을 뽑아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셈이다. 성철스님은 그 최심층의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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