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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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다. 이름도 없고,
                  별명도 없다. 뒤도 없고 앞도 없다. 그대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아
                  는가?”

                  신회가 나서서 말했다. “모든 부처님들의 본래 근원이며, 저의 불

                  성입니다.”
                  육조스님이 말씀하셨다. “이름도 없고 별명도 없다고 했는데, 너는
                  다시 본래 근원이니 불성이니 말을 붙이는구나? 네가 나중에 도량

                  을 세워 가르침을 펴게 된다 해도 그저 알고 이해하는 무리의 일원

                  이 될 뿐이겠다.”


               ‘불성’, ‘부처’는 할 수 없어서 붙인

             이름이지 진리 자체는 아니다. 그러

             므로 이들 단어를 가지고 진리를 보
             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도 그것은 결
             국 분별망상의 운동회가 될 뿐이다.

             사실 신회의 답변이 교리적으로 틀

             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것
             은 모든 분별을 내려놓고 그 규정할
             수 없는 ‘한 물건’과 한 몸으로 만난

             입장에서 답을 내놓으라는 육조스                 사진 2.  남화선사南華禪寺에 모셔진 육조혜능六祖惠
                                                   能 대사의 진신사리眞身舍利.
             님의 조건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그런 점에서 신회에게는 분별의 혐의가 있다. 심지어 바로 ‘이것’이라 해도
             십중팔구 버스 지나간 뒤 손 들기이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모든 화두를 질문형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모든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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