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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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왜?”, “어째서?”, “이 뭣고?”를 붙이도록
하자는 것이다. 간화선의 핵심 중에서도 다시
핵심만을 취하고자 한 것이다. 왜 그런가? 질
문형 화두에는 의도가 끼어들 수 없다(무념).
오로지 모를 뿐인 마음으로 지향하는 바가 없
으므로 형상에 따른 분별이 없다(무상). 간절한
의심으로 밀고 나가므로 머물 수가 없다(무주).
사진 3. 신회神會. 『육조단경』의 논란 그리하여 성철선의 이 질문형 화두들은
의 수행자.
매 순간 우리로 하여금 분별을 내려놓고 진
리와 맞대면하는 최일선에서 물러나지 않도록 한다. ‘이것’, ‘한 물건’이라
는 말조차 끼어들 수 없는 순수한 질문으로 일관하도록 한다. 그렇게 질문
형 화두는 가장 깊고 미세한 분별이 일어나는 아뢰야식의 뿌리를 뽑는 마
지막 지점까지 수행자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기억하자. 간단치 않은 층층의 번뇌망상이 남김없이 사라지는 것이 바
로 견성이다. 불법을 공부하다가 무엇인가 전에 없던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을 깨달음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성철선의
이러한 가르침을 진지하게 수용한다면 더 이상 “그냥 부처로 살면 되지 왜
수행을 해야 하느냐?”는 수행무용론에 빠지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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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오봉리 석조석가여래좌상.
보물 제245호, 통일신라, 경북 김천시 남면 오봉리 65.
신라시대의 명찰이었던 갈항사 터에 있는 불상이다. 불신佛身과 앙련仰蓮이 새겨진 상대석만 남아 있지만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다. 전체적 인상은 온화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넓고 당당한 어깨를 하
고 있으나 허리는 잘록하여 8세기 중엽의 불상이 가지는 독특한 개성미를 보여준다. 두 손은 항마촉지인降
魔觸地印을 하고 있는데 왼손을 거의 오른발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이 불상은 온화하면서도
세련미가 넘치는 불상으로 8세기 중엽의 양식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21년 12월 3일 현봉 박우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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