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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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화는 『대승불교사상』(1974)의 서문에서 학문은 인간의 범주를 초월
할 수 없으며 초월적 이상의 경지라고 해도 사람이 궁극적 목적에 도달할
수 있는 방편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학문에서는 초월적 언어가
통용되지 않으며 비록 초월성을 학문의 대상으로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에
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종교·윤리·철학’의 학문 분야를 기준으로 불교의 다양한 층위를 나누었
는데, 종교적 불교는 신앙적 불교, 윤리적 불교는 실천적 불교, 철학적 불
교는 조직적·사색적·명상적 불교라고 정의했다.
또한 김동화는 서양철학의 본체와 현상이라는 잣대를 통해 불교를 대상
화했다. 서구 형이상학의 본체와 현상 개념은 불교의 실상, 연기 용어와 대
비된다. 이러한 이해는 일본 메이지 시기 이후 불교학 연구에서 두드러지
게 나타났는데 무엇보다 현상을 설명하는 연기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제시한 ‘업감 연기설→ 아뢰야 연기설→ 진여 연기설→ 법계 연기설’
은 지금도 사용하는 도식인데, 이는 일본 불교학계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
이다. 더 올라가면 그 원형을 칸트 이후 체계화된 독일 관념론에서 찾기도
한다.
김동화의 저술에는 유물론과 유심 관념론이 물체 철학과 심체 철학으로
전환되었고 절대적 보편체로서 진여나 법성이 각각 절대 관념론, 주관 관
념론으로 다루어졌다. 이러한 도식과 틀의 형성에는 일본 메이지 시기의
대표적 철학자 이노우에 엔료井上圓了의 역할이 컸다. 이뿐 아니라 김동화
의 연기론 이해와 불교관은 같은 제목의 『불교학개론仏教学概論』(1936)을 남
긴 사카이노 고요境野黄洋 등 일본 불교학계의 성과 위에서 나온 것이다.
김동화는 한국불교에 관한 자신의 입장도 적극적으로 밝혔는데 한국불
교를 선종 위주로만 파악하는 경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불타가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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