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9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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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하나의 마음에서 통일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처럼 진여연기는 중국불교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이러한 사상에는 사
물의 실재와 활동성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현상계
의 사물은 진여의 표현으로서 그 사물로서의 존재가치를 획득하게 되며,
현상의 본체라고 할 진여는 부동의 측면뿐 아니라 현상을 생성하는 활동
성까지도 소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도불교에는 원래 공종空宗인 중관학과 유종有宗인 유식학이라는 두 전
통이 있을 뿐, 중국불교가 갖는 진여연기를 바탕으로 한 사상은 종파로서
존재하지 않았다. 그랬던 진여연기론이 화려하게 꽃을 피운 것은 천태·
화엄·선불교로 대표되는 중국불교에서였고, 불교가 중국에 도입된 시점
부터 이 정점의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중국 역사에서 길고도 지난한 변
화와 발전이 필요하였다.
불교사상사에서는 인도불교가 중국에 들어와 정착되기까지 의탁불교依
託佛敎 시대, 격의불교格義佛敎 시대, 본의불교本義佛敎 시대라는 세 단계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중국불교(동아시아불교)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의탁불교 시대는 불교가 도교 사상의 한 일파로 이해되던 시기이고, 격의
불교 시대는 불교와 비슷한 도가 사상의 개념인 노자의 ‘무無’나 장자의 ‘소
요逍遙’ 개념 등을 빌어서 불교의 ‘공空’ 사상을 이해하던 시기이다. 본의불
교는 불교 사상이 본격적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시기로서, 반야학과 중관
학을 의미한다.
종착점인 중국불교는 원래의 인도불교와는 아주 다르게 중국인의 입맛
에 맞추어 새롭게 창조된 불교, 천태·화엄·선불교이다. 탕용동의 『한위
양진남북조불교사』에서는 이러한 불교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따라 서술하
고 있는데, 그 내용은 앞의 발전 단계와 역사적, 사상적으로 잘 맞아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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