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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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부처님이 도달한 궁극의 깨달음을 성취하겠다는 소원을 세우는
          일을 발심이라고 한다. 이때 발심의 내용이 되는 궁극의 깨달음을 아뇩다
          라삼먁삼보리라고 부른다. 위없고(아뇩다라), 올바르고(삼), 평등하며(먁) 바

          른(삼), 깨달음(보리)이라는 뜻이다. 한문으로는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이라

          고 번역한다. 이것을 성철스님처럼 무상정각無上正覺이라고 줄여서 표현하
          는 경우도 있고, 조계종 표준 『한글 반야심경』과 같이 최상의 깨달음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 그 무상정각은 어떻게 성취되는가? 대체로 불교

          의 궁극적 성취를 표상하는 성스러운 어휘들은 과정과 결과의 두 측면에
          모두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깨달음에 도달하려면 깨달음을 실천해야 한
          다는 식의 동어반복적 표현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경우로 열

          반이나 무심의 예를 들어볼 수 있을 듯하다. 열반은 수행이 완성되어 모든

          번뇌의 불길이 꺼진 상태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러한 열반에 도달하려면
          번뇌의 불길을 불어서 끄는 열반의 실천이 있어야 한다. 한편 무심은 일체
          의 분별이 멈추어 고요한 정지와 맑은 비춤이 현전하는 상태를 말한다. 수

          행자는 분별을 멈추는 무심無心의 실천을 통해 자거나 깨어 있거나 간에 항

          일한 무심에 도달하는 길을 걷는다.
           무상정각 역시 마찬가지다. 머무는 바가 없을 때 위없는 자리[無上]에 도
          달한다. 그러니까 머무는 바 없는 위없음을 실천함으로써 위없음을 완성

          하는 것이 무상정등각이다. 올바름[正]은 중도를 실천한다는 뜻이기도 하

          고, 팔정도의 바름을 실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바름을 실천하여
          바름을 완성하는 것이 무상정각의 길이다. 마지막으로 깨달음[覺]은 자아
          와 대상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실상을 바로 본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무상정각의 성취는 무상정각을 성취하겠다는 발심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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