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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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금강경金剛經』 제9 「일상무상분」 중에서.


             하여 무상정각을 실천하는 과정을 거쳐 무상정각의 완성에 이르는 길을 걷
             는다. 이 표현에는 동어반복적 논리가 이중삼중으로 중첩되어 있다. 그렇
             지만 이것은 불이중도를 내용으로 하는 불교실천론에 흔히 발견되는 특징

             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지금 당장 무상정각을 실천하겠다는 자세는 무상정각으로 완
             성되는 깨달음의 길에서 극히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자세는 깨달
             음이 저 먼 곳에 존재하는 특별한 무엇이라는 변견을 내려놓게 한다. 특별

             한 무엇, 혹은 궁극의 무엇을 설정하는 일은 불교의 길과 정면으로 배치된

             다. 특별한 무엇을 설정하면 그 꼬리를 물고 실체가 있다는 생각이 일어나
             게 되고, 다시 그에 대한 지향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지향
             은 집착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강경』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일

             체의 모양과 관념을 내려놓는 실천이 있어야 무상정각의 성취가 가능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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