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P. 31

성하는 계율의 성분[戒蘊]이라고 부른다. 무상정각을 성취하면 중생적 존
             재를 구성하는 5온의 요소가 계, 정, 혜, 해탈, 해탈지견의 다섯 성분으로
             바뀌는데 그 첫 번째가 계율의 성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계율 그 자체,

             진리 그 자체가 되면 공자가 언명한 것처럼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놓

             아두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게 된다[從心所欲不踰矩].”
               그러니까 진정한 계율의 실천은 무상정각을 성취하여 법신을 전면화한
             이후라야 가능한 일이 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려면

             바른 실천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이것을 뒤집어 말한다. “진정

             한 실천을 하려면 바른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우리의
             실천이 100%의 순도에 도달하여 과정이 곧 결과가 될 때라야 진짜 실천이
             라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철스님이 이러한 주장을 거듭하는 이유

             는 분명하다. 수행자들이 수행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체험과 성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부심의 근거로 삼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
             해서이다.
               사실 계정혜의 실천을 내용으로 하는 수행에 있어서 우리는 작은 성취

             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기회를 빌어 자신을 특별한 존

             재로 띄우고자 하는 중생 살림의 못된 버릇을 수행에도 적용하기 때문이
             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원래 계율이란 수행상의 장애를 차단하기 위한 방
             편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장애가 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계금취견이 그것이다. 계율을 지켜 특별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 소처럼 행동하고, 소의 습관을 내재화하고, 소처럼 생각
             하는 계율을 닦는 외도들이 있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머리에는 뿔을 달고,

             엉덩이에 꼬리를 달고 다녔으며, 소들과 함께 풀을 뜯어 먹었다. 이를 통



                                                                          29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