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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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 그것이 한결같은가?” 이에 대해 견성이 곧 무상정각이라는 입장이라
면 ‘그렇다!’ 혹은 ‘아니다!’의 두 가지 대답만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자기 마
음을 속이지 않는다면 거의 대부분의 수행자는 ‘나는 아니다!’라는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차원의 발심과 새로운 차원의 수행이 일어나야 하
는 지점이다.
무상정각을 기약한 수행은 다이아몬드로 가득 채워진 보물창고를 찾는
보물찾기의 여정에 비유할 수 있다. 현재의 자리가 천신만고를 겪은 끝에
겨우 도달한 귀한 자리라 해도 그것이 청동의 창고라면, 혹은 그것이 백은
의 창고라면, 나아가 그것이 황금의 창고라면, 우리는 그것을 아낌없이 내
려놓고 새로 출발해야 한다. 그것이 일체의 관념과 생각에 머물 틈이 없이
오로지 모를 뿐인 상태로 밀고 나가도록 추동하는 화두참구에 의해 가능
한 것이다.
이렇게 성철선은 어제의 체험을 말끔히 내려놓고 오로지 오늘의 현재진
행형 깨달음을 살아가는 길을 걷자고 제안한다. 성철스님이 무상정각이라
는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수행이 이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
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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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신경리 마애여래입상.
보물 제 355호, 고려시대, 충남 홍성군 홍북면 신경리 용봉산.
돌출된 바위 면을 파서 불상이 앉을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돋을새김으로 높이 4m 크기로 조성된 불상이
다. 민머리 위에는 상투 모양의 머리묶음이 큼직하고, 얼굴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어 온화한 인상을 풍긴
다. 왼손은 시무외인을 하고 있고, 오른손은 여원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광배光背는 파낸 바위 면
을 이용해 희미한 음각선으로 윤곽만을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얼굴 윗부분은 입체감이 있고 원만한 데 비
해 밑으로 갈수록 양감이 줄어들어 고려 초기에 조성된 마애불상으로 추정된다.
(2022년 6월 11일 현봉 박우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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