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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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모르는 인도로의 길을 걸어갔던 것이리라.
유사 이래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불교는 대
부분 중국에서 재구성된 ‘중국제 불교’이다. 『법화경法華經』을 소의경전으로
하는 천태종天台宗, 『금강경金剛經』을 소의경전으로 하고 있는 화엄종華嚴宗,
정토종淨土宗, 선종禪宗까지 모두 인도의 불교가 중국으로 들어와 ‘번역된 경
전’을 근거로 하여 뛰어난 지식인들이 생산한 철학과 지적 자원을 동원하여
재구성한 불교이다. 때로는 유장하게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이야기들과 때
로는 치밀한 논리가 구사되는 인도 불교(철학)와는 다른 것이다.
요즘 와서 이런 중국화된 불교 말고 진짜 싯다르타가 말한 알맹이가 무
엇인지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불교라고 하는 흐름도 이 문
제에서 나온다. 그 알맹이를 기본으로 하여 정밀한 개념과 언어로 철학체
계를 만들든지, 문학으로 그려내든지, 예술로 표현하든지, 이론으로 구성
하든지, 신앙으로 만들어가든지 하는 것은 탐구자에 따라 모습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모습은 기독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모습인데, 당연
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나는 어느 시대나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치열하
게 산 사람들을 보고 싶다. 그래서 산도 오르내리고 비석도 찾아가 보고 그
들의 삶을 찾아본다. 인간이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 그것이 사상이
든 철학이든 지식이든 이론이든, 이것만 알게 되면 우리는 그에 따라 살아
가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무엇일까? 헌법학자로서 말하면, ‘모든 인간이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라’를 정하는 규범이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
인데, 이런 헌법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그 헌법이 실현되는 나라에서 살
기만 하면 된다. 태자사터에서 돌아온 날 밤, 용수사 대웅전 앞마당에 서
서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밤하늘이 깜깜할 줄 알았는데, 온통 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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