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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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방에 계시는데 저녁 먹고 갔
더니 “너는 본사가 어디고, 어
디서 왔느냐?”고 물으시더군
요. 알고 보니 그 분이 바로 운
허스님이고, 내가 그 분의 상좌
였지요. 그때는 나는 은사스님
이니 뭐니 그런 거 해줬다지만
그게 뭐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
런데 그때 스님과 어쩌고 이야
기를 하다 보니까 그 얘기였어
요. 그러니까 전란이 나기 전
사진 4. J. A 밴 플리트(James Alward Van Fleet, 1892년~1992
년) 유엔군 사령관.
화방사에 있을 때 서창동 스님
이 편지를 써서 “이런 사람을 운허스님 앞으로 중을 만들겠다.”고 한 거
였지요.
말하자면 중이 된 지 삼사년 후에 운허스님을 뵙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
때 날 보고 하신 말씀이 “경은 또 보고, 또 봐야 된다.” 그러시더라고요. 그
때 내 생각에는 건방지게 “아난존자가 어찌 그 나이 돼 가지고 그 실수, 저
잘못 했겠느냐. 우리 중생들보고 이렇게 잘못되어 고통 받는다는 걸 보여
주려고 시범하신 거지. 부처님하고 아난존자가 짜고 하는 얘기에 진실이 뭐
어디 있겠느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분들의 마음이 진실이지 뭘 찾을
게 없다고 답을 썼더랬어요. 그러니까 스님은 그 대답은 안 하시고, ‘근고이
득지勤苦而得之’라고 ‘노력을 해야 얻어지는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운허
스님이 나의 은사스님이라는 걸 알았어요. 내가 상좌지만 그 분도 객지에
계셨고, 나도 뭘 해야 되는지 모르고 지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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