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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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다고 그래요. 그때 나의 소원은 “어떻게 돈을 좀 벌어서 나도 실컷 좀 배
          부르게 먹고, 나이도 많이 들었으니 부모님을 좀 모셔야겠다.” 하는 것이
          었어요.

           그렇게 기도를 하기 위해 남해 금산을 찾아간다고 길을 나섰어요. 그런

          데 먼 길을 걸어가 보니 발도 아프고 그럴 즈음 금산 가기 전에 화방사라
          는 절이 있다고 그래요. 그래서 그 절로 찾아가서 어쩌다 보니 그곳에서 재
          무 노릇을 하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게 있었어요. 화방사에 들

          어갈 때 보면 양쪽에 물이 합쳐지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쳐다보면 저만치

          절이 보여요. 당시 내 꿈에 거기서 웬 노인들이 날을 보고 오라고 깔깔 웃
          어요. 그런 꿈을 꾸기도 했고, 또 이상한 냄새도 나고 그랬어요. 그 냄새는
          우리 고향 경기도에서는 모르는 냄새였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지역에

          많이 나는 서어나무를 태워서 생기는 냄새였어요.



            화방사에서 불경을 처음 접하다



           운허스님의 상좌가 된 사연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화방사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절에 들어가니까 인심도 좋고 그랬
          어요. 하루 쉬는데 안남미 밥을 주어서 밥을 먹는데 책상 위에 책이 있어요.
          자세히 보니까 탄허스님이라는 분이 토를 달아 놓은 『금강경』이라는 책이

          있고, 『금강경 삼가해』라는 책이 있고, 『보조국사 법어』가 있었는데 모두 토

          가 잘 달려 있고, 한문토로 인쇄를 해놨어요. 당시 내가 서당에 좀 다녔는
          데 그때까지 내가 생각한 불교는 ‘세상을 속이고 못된 사람들이 모이는 곳’
          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말하자면 인간 축에도 못 되는 사람들이 사는 데

          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동네 가끔 탁발 나오는 분들 보면 무식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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