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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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불교사전』 집필진 격려차 상경한 동산스님(1961, 조계사, 동산스님석영첩).


             시에는 스님들이 수양어머니를 삼는 게 많았는데, 신세지는 일이 많았어
             요. 나는 그것이 보기 싫었어요. 중이 돼 가지고 친부모도 버리고 와서 또

             다시 남을 부모로 삼는다는 게 내키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면 나는 내 부

             모님한테 양심의 가책을 가지게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분을 수양부모
             로 삼지 못하겠더군요.
               그런데 그 전날 내가 예불하고 운허스님 방에 들러서 절을 드렸는데, 그

             때 스님께서 사전을 만들려고 카드에 글을 쓰시던 때입니다. 카드가 다 써

             졌다고 했는데, 그날 문안을 가니까 방에다가 사과박스를 댓 개를 꽁꽁 묶
             어놨어요. 내가 “이게 뭡니까?” 하고 물으니까 운허스님은 말씀을 아주 천
             천히 말씀하셨어요. “올해 내가 칠순(1961)인데 이것을 다 해놨어. 카드를

             배열해서 쓰기만 하면 되는데 이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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