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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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왔다 그러죠. 그래 내가 무슨 얘길
             하려고 하느냐면 모르는 사람은 10년
             두드려 봐야 소용없지만 기초학문이

             있는 운허스님과 같은 분들은 훑어

             보고 넘어가고 정리를 하는 것이지
             배우는 건 아니예요. 근데 그 운허스
             님이 강의를 하시다가 생각한 것이

             뭣이냐 하면, 이 한문 속에 있는 깊고

             오묘한 뜻을 골고루 나눠 잡지 못하
             는 게 한이 된 거야. 그래서 그 분은
             아마 누구보다도 세종대왕의 나랏말
                                                사진 5. 홍월초 스님.
             씀이 글자와 달라 이것, 글자가 어려

             워서 뜻을 못 전하는 게 안타깝다고 하신 분이 운허스님이에요. 그래서 그
             분이 역경을 생각했지만 역경원 설립까지는 생각 안 하셨죠. 처음엔 번역
             을 많이 하셨죠.

               개인적으로는 번역을 하시고, 그 분이 번역하신 게 참 좋다고 하는 것은

             한문만 알고 우리말을 모르면 번역이 안 됩니다. 알긴 아는데 소위 언어화
             하는 훈련이 돼야 해요. 근데 저분은 소시적에 속성으로 중학교를 졸업하
             셨어요. 한문을 하셨기 때문이지요. 그 짧은 시간에 어학의 세계라든가,

             아니면 과학의 세계, 수학의 세계를 모두 다 짐작을 하셨어요. 그래가지고

             번역을 하시다가 보니까 ‘우리말로 번역을 하는 데는 혼자선 안 된다’는 그
             런 생각을 하셔 가지고 그때 『(불교)사전』을 만드는 게 큰일이고. 그것도 사
             실 내가 통도사에 있을 때인데, 그보다 먼저 범어사 있었을 때 이야기죠.

               범어사 동산스님이 날 깊이 신임하셔 가지고 한 150명 되는 대중살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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