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P. 116

내가 맡았어요. 사실 내가 변두리 구석에서 아무것도 모르던 것이 가서 살
          림을 살았는데 그게 언제인지 기억을 못 해요. 어느 때인가 쌀이 떨어졌어
          요. 근데 비룡스님이라는 분이 나를 데리고 부산 완월동에 갔어요. 그 동

          이름도 안 잊어버려요. 아무튼 그렇게 나를 데리고 어떤 이상한 집으로 갔

          어요. 거기 양쪽 방에 색시들이 쭉 문을 열어놓고 있는데, 그때 그 예감이
          이상했어요.



            칠순까지 『불교사전』 표제어 카드를 만든 운허스님



           그런데 그 안쪽에 내실이 있었는데 화장을 짙게 한 보살님이 있었어요.
          비룡스님이 그분한테 들어가서 뭐라고 말하니까 글쎄 그분이 보리쌀 50가

          마하고 쌀 50가마인가 100가마인가를 자연스럽게 내주더라고요. 아주 쉽

          게 말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어디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그분을 뵈었
          는데 바로 통도사였어요. 운허스님이 통도사에 계시고 내가 그 밑에서 공
          부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하루는 저녁을 먹고 산책하는데 웬 영감님하

          고 새댁이 왔어요. 내가 부산 그 색시집에서 봤던 바로 그 보살인 거예요.



          ▶스님이 부산 색시집에 갔다구요?
           그 분이 오씨 보명월 보살님이라는 분이었어요. 그래 내가 그분을 알고

          있어서 인사를 하니까 그 보살이 “아, 우리 영감님이야.”라고 하면서 나에

          게 반말하는 거예요. 몇 번 봐서 보명월 보살님을 알고 있었어요. 그래 “보
          명월 보살님 아니십니까?” 그러니까 “아이, 영감님이야 인사해.” 그래요.
          내가 인사를 하고 방으로 안내를 잘 해드렸지요. 사실 보명월 보살은 나를

          수양아들로 삼는 게 목적이었어요. 자꾸만 유도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당



          114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