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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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면서 사전을 만드는 데 그때 돈으로 무슨 7백만 원인가 든다고 하
시더라고요. 그때 돈으로 엄청나게 큰돈입니다. 그런데 돈도 없고, 내 나
이가 칠순인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차라리 흩어지지 않게 묶어놓
고 그 박스 겉에다가 이게 『불교사전』 원고니까 “누구 돈 있는 분, 뜻있는
분은 번역해서 쓰시오.”라고 죄다 그렇게 써놓으셨어요.
『불교사전』 제작비 화주에 얽힌 일화
▶그 박스들이 『불교사전』을 위한 카드였군요?
원고가 아니라 원고를 써 가지고 그걸 출판하려면 카드를 만들어서 감
아서 나열해야 되거든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콜렉션이지. 거의 그 단계까
지 간 겁니다. 카드는 가, 나, 다, 라 순서로 되어 있었어요. 지금의 사전들
은 낱말을 되는대로 모아놓지만 그때는 카드를 각각 정확하게 확인해야 되
니까 카드가 아니고 원고로 작업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해놓
고는 칠순이 되니까 운허스님은 감개무량하신 거예요. 그렇게 세월이 흘
러 내일이 곧 칠순 설날이 다가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내가 그 소리를 들으
니까 참 안 돼서 기분이 안 좋았어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날 저녁 때 보명월 보살이 영감을 하나 달고 온 거지요. 그 보살이 원
래는 혼자 살았어요. 내가 인사를 하니까, 영감에게도 인사하라고 해요.
그래서 그분들을 방에 모시고 갔지요. 내가 또 그런 건 잘했어요. 저녁 잡
수라고 그러고서 저녁을 다 먹었고, 또 주무실 때 뭐 불편한 거 없는지 물
어보기 위해 다시 가 보니까 그 영감님은 아랫목에서 잠들어 있고, 그 보
살님이 “아이고 해룡(월운) 수좌는 내가 늘 좀 뭘 도와주려 해도 기회가 없
고.” 그래요. 기회가 없단 얘기가 바로 수양아들 삼자는 그 얘기지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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