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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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확인될 수 있는 좋은 예다. 지구가 거대한 자석인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경우건, 전하가 원운동을 하면 N극과 S극이 있는 자석이 만
들어진다. N과 S의 두 자극이 있으므로, 이를 자기쌍극자(magnetic dipole
moment)라고 한다.
자기쌍극자는 우리 우주에 아주 흔히 존재한다. 가까이에는 나침반과
같은 영구자석,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는 전자석 등이 있다. 멀게는 수많은
항성과 행성, 위성에서 자기쌍극자가 관측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일은 양자역학에서 나왔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의 기본입자가 자기쌍
극자를 갖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자석
이라는 것이다.
스핀: 양자세계의 아주 작은 자석
양자역학에서는 기본입자의 자기쌍극자를 기술하기 위해 스핀spin 각운
동량 혹은 줄여서 스핀이라는 물리량을 도입한다. 각운동량은 회전과 관
련된다. 스핀에도 회전이란 의미가 들어 있다. 그러나 이런 정황과 달리,
스핀은 회전과 전혀 상관이 없다. 스핀이란 용어는 오히려 전하가 궤도를
따라 공전公轉(revolution)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럼
자전自轉(rotation)인가? 그것도 아니다. 크기가 점처럼 작은 전자가 아무리
빨리 자전해도, 관측되는 자기쌍극자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이는 중성자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중성자에는 전하가 없으므로, 어
떤 회전운동을 하더라도 자기쌍극자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양성자나 전자처럼, 중성자도 자기쌍극자를 갖는다. 이처럼 고전물
리학의 회전운동으로는 기본입자의 자기쌍극자를 설명할 수 없다.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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