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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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재위한 진평왕의 릉
다음 행선지로는 신라 제26대 진평왕(재위 579~632)의 왕릉을 찾아갔습
니다. 진평왕은 열세 살에 왕위에 올라 54년을 재임하여 신라 천년 역사
동안 가장 오래 왕노릇을 하셨습니다. 진흥왕으로부터 시작한 신라의 국
운이 바야흐로 꽃 피운 것은 진평왕에 이르러서입니다.
그의 뒤를 이어 선덕과 진덕 두 여왕이 왕위에 오르나 그가 키운 여러 인
재들이 두 여왕의 시대를 잘 보필했고, 끝내 김춘추라는 불세출의 명군으
로 이어져 삼한 통일의 위업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576년(진흥왕 37년)에 진
흥왕이 붕어한 후에 숙부인 진지왕이 왕위에 올랐으나 4년 만에 죽은 뒤
에 진지왕의 아들이 아니라 조카인 진평왕이 왕위에 오르니 13살의 어린
나이로 할머니인 사도부인의 수렴청정으로 보살핌을 받았습니다.
신라는 진흥왕 때 함경도와 한강 유역으로 영토를 크게 넓혀 확장하였
으나 진평왕 때에 이르러서는 이를 되찾으려는 백제와 고구려와 자주 충
돌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일승일패하거나 마침내는 대승하거나 하면
서 국방체계를 굳건히 정비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수나라(581~618),
당나라(688~907)와 외교관계를 강화하여 고립을 피해 갔고, 외교관계는 갈
수록 긴밀해져 갔습니다.
진평왕 때 신라는 불법佛法을 배우러 중국에 다녀온 유학승들이 늘어났
고, 이들의 활동으로 불교가 더욱 융성해졌습니다. 진평왕은 지명스님을
대덕으로 삼고, 원광스님께 중요한 외교문서의 작성을 맡기며 중용하였습
니다. 『삼국유사』에는 “584년(진평왕 6년)에 황룡사의 금당金堂이 완성되었
다.”라고 하며, 또 “진평왕이 왕위에 오른 첫해였다. 하늘의 사신이 궁전
뜰에 내려와 진평왕에게 ‘상왕께서 옥대를 내려라 하였다’고 전하니, 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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