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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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이 설정한 범주에 의해 대상이 달라진다


           연속적인 측정에서는 더욱 놀라운 상황이 벌어진다. 처음에 (전후)-측정

          을 했고, 측정값이 (앞)이었다고 하자. 다시 (전후)-측정을 한다면 (앞)이라

          는 측정값을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전자의 스핀은 앞으로 향
          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당연하다. 이와 달리, 다른 측
          정을 하게 되면 일상적인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앞) 방향은 (위/아래)가 아니고 (왼쪽/오른쪽)도 아니다. (앞) 방향이 (

          위/아래)가 아니므로, 고전적으로 보면 두 번째로 (상하)-측정을 했을 때
          (위)나 (아래)라는 측정값이 나오면 안 된다. 그러나 두 번째로 (상하)-측
          정을 하면 이 측정이 설정하는 측정값의 범주인 (위/아래) 중의 하나가 관

          측된다. 이는 (좌우)-측정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왼쪽/오른쪽) 중의 하

          나가 관측된다. 어떻게 (앞)으로 향했던 스핀이 (위/아래)나 (왼쪽/오른쪽)
          으로 방향이 바뀔 수 있는가? 고전적인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 세 번째로 (전후)-측정을 한 번 더 해 보자. 처음 두 번의 측정에

          서 (앞)과 (위)가 관측됐다고 하자. 세 번째 (전후)-측정을 하면 (앞)과 (뒤)

          가 관측될 확률이 50%로 같다. 이는 실험적 사실이다. 처음 측정에서 (앞)
          이 관측됐던 전자가 세 번째 측정에서는 (앞뒤) 어느 방향으로나 관측된다
          는 것이다. 양자역학의 논리로 보면 아주 간단하다. 세 번째로 (전후)-측

          정을 준비하면서 (앞/뒤)라는 측정값의 범주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게 고전적인 관점에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처음 측정에서 (앞)이 관측
          됐는데 두 번째 측정에서 (위)가 관측됐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세
          번째 측정에서 (앞)과 (뒤)가 같은 확률로 관측된다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고전물리학의 논리에 익숙해져 있어서 양자역학의 논리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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