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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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중성자, 전자 같은 기본입자는 회전이나 전하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자
기쌍극자가 형성돼 있다. 그 자체가 자석이다. 이렇게 회전운동 없이 자기
쌍극자를 만들어내는 물리량을 스핀이라고 한다. 스핀은 철저하게 양자역
학적인 개념이다.
스핀 측정: 주관이 설정한 범주 안에서
객관의 모습이 나타난다
전자의 스핀이 향하는 방향을 측정한다고 하자. 3차원 공간에는 무한히
많은 방향이 있지만, 나를 기준으로 (전후), (좌우), (상하)의 세 방향을 생
각할 수 있다. 이는 3차원 공간의 세 축에 해당한다. 전자스핀의 측정값은
up/down의 두 가지만 존재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자연이 그렇다.
점수를 공개하지 않고 합격/불합격만 발표하는 시험과 같다.
이제 스핀의 (전후) 방향을 측정한다고 하자. 측정값은 up이나 down 중
하나다. 이는 스핀이 앞이나 뒤를 향해 있다는 것이다. (전후)-측정을 했
는데, 스핀이 왼쪽이나 오른쪽, 혹은 위나 아래로 향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전후)-측정을 하면 언제나 (앞)이나 (뒤)라는 측정값이 나온다.
어찌 보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여기엔 양자역학의 아주 중
요한 기본 특성이 숨어 있다. 살펴보자.
(전후), (좌우), (상하) 중에 어떤 측정을 할지는 관측하기 전에 정해야
한다. 이는 어떤 물리량을 측정할지를 결정하는 일이고, 관측자가 판단해
야 할 일이다. (전후)-측정을 하겠다고 결심하면 (앞)이나 (뒤)라는 측정
값이 나타나고, (상하)-측정을 하겠다고 결심하면 (위)나 (아래)라는 측정
값이 나타난다. (전후)-측정을 하겠다는 것은 관측하기 전에 관측자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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