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0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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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자신의 사상을 정립해 나갔다는 점에서 유학자라고만 볼 수는 없
다. 더욱이 양수명은 평생 자신이 불교도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았기에
그러하다. 예컨대 양수명 연구자인 프랑스 학자 티에리 메이노는 양수명
을 ‘숨은 불교도(the hidden Buddhist)’라고 불렀는데, 적절한 평가일 것이다.
양수명의 불교 사상은 그가 유학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여전히 작동하였
다. 『구원결의론究元決疑論』, 『인도철학개론』, 『유식술의』 같은 저작뿐 아니
라 유학 전환 이후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동서문화와 그 철학東西文化及其
哲學』에서도 주요한 이론 도구는 불교였다.
양수명은 호적이나 풍우란처럼 서양에서 학문 방법론을 습득한 것이 아
니라 전통철학을 학문 대상으로 하고 거기에서 학문 방법론을 터득하였다.
근대 시기 도입된 서구의 학문과 불교학, 인도학을 독창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철학을 제시하였다. 자신의 철학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그는 대승
불교의 형이상학과 서양의 과학 지식, 그리고 베르그송 등의 서양철학을
결합하여 자신만의 불교 철학 내지 현대신유학을 전개하였다.
양수명의 생애 4단계
이같은 양수명의 생애는 크게 4단계로 나누어진다. 첫째, 1917년 북경
대 교수직을 맡기 이전까지의 시기로 이 때 양수명은 자신의 인생관에 대
한 인식을 형성하였고, 불교를 숭상하였다. 둘째, 1917년에서 1924년까지
북경대 교수직을 맡고 있었던 기간으로, 이 기간에 그는 불교와 유학, 그리
고 동서문화를 비교 연구하였다. 자신의 대표작인 『동서문화와 그 철학』도
이 시기에 발표된 것이다. 셋째, 1925년에서 1940년까지로 학교 운영, 향촌
건설을 연구하고 민맹에 참가하는 등 사회적인 실천을 하였던 시기였다.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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