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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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고 사랑하지만 않으면[但莫憎愛]
통연히 명백하니라[洞然明白]
미워하고 사랑하는 이 두 가지
마음만 없으면 무상대도는 툭 트
여 명백하다는 것입니다. 부처
는 좋아하고 마구니는 미워하
며, 불법을 좋아하고 세간법은
미워하는 증애심憎愛心만 버리면
지극한 도는 분명하고 또 분명하
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무상대도
를 성취하려면 간택하는 마음을
버려야 하는데, 그 가운데 대표
적인 것이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
사진1. 중국 삼조사 삼조동三祖洞에 모셔진 삼조승찬 선사.
음, 즉 증애심입니다. 이 증애심
만 완전히 버린다면 무상대도를 성취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습니다.
이상의 네 구절이 바로 『신심명』의 근본 골자입니다.
임제 정맥으로서 낭야각瑯耶覺 선사라는 큰스님이 계셨습니다. 그 스님
에게 어느 재상이 편지로 “『신심명』은 불교의 근본 골자로서 지극한 보배
입니다. 이 글에 대하여 자세한 주해註解를 내려 주십시오” 하고 부탁했습
니다. 그랬더니 낭야각 선사가 답하기를 ‘至道無難이요 唯嫌揀擇이니 但莫
憎愛하면 洞然明白이라’ 하는 첫 구절만 큼지막하게 쓰고, 그 나머지 뒷 구
절들은 모두 조그맣게 써서 주해로 붙여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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