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P. 28
공함에 머물면 이것도 역시 병이라는 말
입니다. 그러므로 있음을 버리고 공함을
취하거나, 공함을 버리고 있음을 취한다
면 이것이 취사심이 아니고 무엇이겠습
니까? 때문에 우리가 무상대도를 성취하
려면 세간의 인연도 버리고 출세간법도
버리고, 있음과 없음을 다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를 바로 지니면[一種平懷]
사라져 저절로 다하리라[泯然自盡]
사진3. 즉석카메라를 만져 보고 계신
성철스님.
‘일종一種’이란 중도를 억지로 가리킨 말입니다. 있음과 없음을 다 버리
고 양변을 떠나면 바로 중도中道가 아니냐 하는 말입니다. 일종一種이란
중도를 가리키므로 일체 만법이 여기에서 다해 버렸으며, 동시에 일체 만
법이 원만구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절로 다한다’고 했다 해서, 무
엇이 영영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여기서 ‘다한다’는 것은 일체
변견이, 일체 허망[妄]이 다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 항하
사恒河沙 같은 진여묘용이 현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세
상 인연을 좇지도 않고 출세간의 법에도 머물지 않으면 중도가 현전하여
일체 변견이 다하고 항사묘용恒沙妙用이 원만구족하게 됩니다.
- 성철스님의 『신심명 증도가 강설』(2001)에서 발췌.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