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P. 161

“가마쿠라 불교의 탄생은 삶의 부정적 측면으로부터 도망치지 않
                  고, 정면으로 직시하면서 성립되었다. 신종교의 조사들은 삶의 심
                  각한 부정적 측면을 파악했고, 인간이 범한 죄업의 본질을 깨달았

                  다. 그들은 이것을 교의적 측면에서 이론을 제시하고, 시대의 경험

                  과 자신의 생활을 통한 체험적 신앙으로 고취시켰다. 이를 기반으
                  로 경이로운 사상체계를 쌓아올렸다.”

                                            - 『일본사상사에서 부정의 논리 발달』(1935)



               이에나가는 불교가 일본에 유입된 이후 부정의 논리라는 새로운 국민사
             상의 시각이 열렸고, 이는 시대적 기본 사조로 성장했다고 보았다. 특히,
             가마쿠라 신불교를 강조함에 있어 신란親鸞을 상징적 존재로 위치시켰다.

             그는 쇼토쿠 태자에서 시작한 부정의 논리가 신란에 이르러 보다 우수한

             형태로 완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나가가 신란의 불교를 높이 평가한 데
             에는 신란이 ‘부정의 논리’를 가장 분명하게 표출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신란은 인간이 가지는 죄의식은 자력이 아닌 타력에 의해, 혹은 고난과 수

             행을 통한 믿음에 의해서 구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에나가는 이러한 신

             란의 사상이 일본과 서구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보편적 진리라고 생각한 것
             이다.
               이에나가의 부정의 논리

             는  일본이  긍정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부정한다.
             신도神道와  같은  국가주의
             상징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유교는 현세지향             사진 5. 『이에나가 사부로 전집』(1997).



                                                                         159
   156   157   158   159   160   161   162   163   164   165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