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6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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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위기에 처한 중국문화
의 정체성 확립이 시급하다
고 보고, 중국문화의 가치를
학술적으로 재정립하려고
하였던 의도였다.
양수명의 이러한 동서문
화론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주관적 편견’이라는 비판이
사진 9. 『양수명 전집』.
많았다. 특히 세 가지 문화
가 순차적으로 발전하여 인도문화가 인류의 귀속이 된다는 말은 “불교에
근거하여 서양의 방향과 중국의 방향을 평론한 것이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가 표면적으로 유학을 내세우고 있지만 인식론적 근거를 유식불교에 두
고 있고, 세계문화가 제1로향→ 제2로향→ 제3로향으로 나아가 결국 인도
문화로 귀결된다는 것은 불교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임을 지적한 것이다.
제1로향은 고대 서양과 근세의 부흥에 해당하고, 제2로향은 고대 중국과
가까운 미래의 부흥, 제3로향은 고대 인도와 먼 미래의 부흥을 가리킨다
고 보았다. 지금은 근대에서 가장 가까운 미래로 넘어가는 과도기이므로,
중국문화를 발전시켜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한편 그는 서양 근대 생철학의 흥기를 보고 서양문화 전환의 징후를 포
착하면서, 그것이 중국문화의 방향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경제
체제 면에서도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변화 역시 서양문화 전환의 징
후로 포착하였다. 이러한 양수명의 문화론은 객관적, 합리적으로 보기에
는 부족한 점이 있지만, 중국문화의 가치를 재정립하려는 시대적 고민에
서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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