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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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덕산스님은 머리를 푹 숙이고 곧장 방장方丈 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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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봉스님이 이 일을 암두스님 에게 전하니 암두스님이 “보잘것없
                                          4)
                  는 덕산이 말후구末後句도 모르는구나.” 하였다.

                  덕산스님이 그 말을 듣고 암두스님을 불러 묻되 “네가 나를 긍정치

                  않느냐?” 하니, 암두스님이 은밀히 그 뜻을 말했다. 그 다음날 덕
                  산스님이 법상에 올라 법문을 하는데 그전과 달랐다.
                  암두스님이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면서 “기쁘다, 늙은이가 말후구

                  를 아는구나. 이후로는 천하 사람들이 어떻게 할 수 없으리라. 그

                  러나 다만 삼 년뿐이로다.” 했는데, 과연 삼 년 후에 돌아가셨다.               5)
                  이것이 종문宗門의 높고 깊은 법문인 덕산탁발화德山托鉢話이다. 이
                  공안公案에 네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첫째는 덕산 대조사가 어째서 설봉스님의 말 한마디에 머리를 숙

                  이고 방장으로 돌아갔는가, 진실로 대답할 능력이 없었는가, 아니
                  면 또 다른 뜻이 있었을까?
                  둘째는 덕산스님이 과연 말후구를 몰랐는가, 말후구도 모르고서

                  어떻게 대조사가 되었을까?

                  셋째는 은밀히 그 뜻을 말하였다 하니 무슨 말을 하였을까?
                  넷째는 덕산스님이 암두스님의 가르침에 의해 말후구를 알았으며,
                  또 그 수기授記를 받았을까? 그러면 암두스님이 덕산스님보다 몇

                  배나 훌륭하였단 말인가?






             3)  총림의 최고 지도자 또는 그가 기거하는 방을 말함.
             4)  암두전활岩頭全奯(828∼887). 덕산선감德山宣鑑의 법제자로 청원靑原스님의 5세손.
             5)  『선문염송』 제668칙 (한국불교전서5, 5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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