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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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암두에게 말후구를 듣다


           그 후 후배들을 제접할 때는 누구든지 보이기만 하면 가서 몽둥이[棒]로

          때려 주었습니다. 그래서 덕산스님이 법 쓰는 것을 비유하여 ‘비 오듯이 몽

          둥이로 때린다’고 평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대중방을 뒤져
          책이란 책은 모조리 찾아내어 불살라 버리곤 하였습니다. 그 당시 중국의
          두 가지 대표적 선풍을 ‘덕산방德山棒, 임제할臨濟喝’이라고 하는데 임제스

          님의 할과 함께 덕산스님의 몽둥이질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제자로는 설

          봉의존 스님, 암두전활 스님 등이 있습니다.
           그런 덕산스님 회상에서 두 제자가 함께 계실 때였습니다. 한번은 공양
          시간이 늦어졌습니다. 하도 때가 늦어지니까 덕산스님이 ‘공양이 왜 이리

          늦는가?’ 해서 바리때를 들고 식당으로 나아갔어요. 당시 설봉스님이 반

          두飯頭 즉 지금으로 말하자면 공양주 소임을 살고 있었습니다. 설봉스님이
          그 모습을 보고는 “이 늙은이야, 아직 북도 두드리지 않고 종도 치지 않았
          는데 바리때는 무엇 하러 들고 나오느냐?”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자

          천하의 덕산스님이 아무 말씀도 않고 머리를 푹 숙이고는 방장方丈으로 돌

          아갔습니다.
           설봉스님이 이 일을 암두스님에게 말했습니다. 암두스님이 그 말을 듣
          고는 “덕산인지 뭔지 조실에 앉아 있으면서 말후구末後句도 모르는구만.”

          하였습니다. 말후구란 선종 최후의 관문입니다.

           그 말이 덕산스님 귀에 전해졌어요. 그래 덕산스님이 암두를 불러 물었
          습니다.
           “네가 나를 긍정치 않느냐?”

           그러자 암두스님이 은밀히 덕산스님에게 그 뜻을 말씀드렸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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