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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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덕산스님이 법상에 올라 법문을 하시
는데 과연 그 전과는 달랐습니다. 그러자 암
두스님이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기쁘다,
늙은이가 참으로 말후구를 알았구나. 이후로
는 천하의 누구도 이 늙은이를 어떻게 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삼 년 더는 못 살 것이다.”
사진 3. 암두전활岩頭全奯(828〜887)
했는데, 과연 삼 년 뒤에 돌아가셨습니다.
선사.
이것이 그 천고에 유명한 종문宗門의 높고
도 깊은 법문 덕산탁발화德山托鉢話입니다. 어떻게 보면 꼭 어린애들 장난
같지만 삼세제불과 역대 조사의 골수가 이 법문 속에 다 있습니다. 만약 누
구든 이 법문 속에서 바로 눈을 뜬다면 천상천하天上天下에 임의자재任意自
在해서 모든 살활殺活과 권실權實이 자유자재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
니다.
덕산탁발화에 담긴 네 가지 문제
이 공안公案 에 네 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6)
첫째는 ‘덕산대조사德山大祖師가 어째서 설봉스님의 말 한마디에 머리를
숙이고 방장方丈으로 돌아갔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진실로 대답할 능력이
없었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뜻이 있었을까요? 천고에 이름난 조사 덕산
스님이 “종도 치지 않고 북도 치지 않았는데 바리때는 들고 어디 가는가?”
6) 관청의 법칙조문法則條文을 말함. 선문禪門에서는 부처님과 조사들께서 밝히신 불법의 도리를 깨치기
위해 학인이 참구하는 문제를 가리킴. 흔히 1700칙則 공안을 거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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