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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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걸쳐 연구한 『금강경소초』를 불태운 덕산스님
덕산德山스님은 20세에 출가하여 처음에는 경
과 율을 공부하였습니다. 처음 서촉西蜀에 있으면
서 교리연구가 깊었으며 특히 『금강경』에 능통하
여 세상에서 ‘주금강周金剛’이라고 칭송을 받았습
니다. 스님의 속성俗姓이 주周씨였습니다. 당시
남방에서 교학을 무시하고 오직 ‘견성성불見性成
佛’을 주장하는 선종의 무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사진 1. 덕산선감德山宣鑑(782
〜865) 선사. 분개하여 평생에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금강경
소초金剛經疏鈔』를 짊어지고 떠났습니다.
가다가 점심때가 되어서 배가 고픈데 마침 길가에 한 노파가 떡을 팔고
있었습니다. 덕산스님이 그 노파에게 “점심을 먹으려고 하니 그 떡을 좀
주시오.” 하니, 그 노파가 “내 묻는 말에 대답하시면 떡을 드리지만 그렇지
못하면 떡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여 덕산스님이 그러자고 하였습니다.
노파가 물었습니다.
“지금 스님의 걸망 속에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 『금강경소초』가 들어 있소.”
“ 『금강경』에 ‘과거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하는 말씀이 있는데, 스님은 지금 어느 마음에 점
심을 하시려고 하십니까?”
‘점심點心 먹겠다’고 하는 말을 빌려 이렇게 교묘하게 질문했습니다. 이
돌연한 질문에 덕산스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자기가 지금까지
그렇게도 『금강경』을 거꾸로 외우고 모로 외우고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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