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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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설봉스님의 말 한마디에 어째서 한마디 말도 못하고 머리를 푹 숙인
          채 방장으로 돌아갔을까요? 실지로 몰라서 그랬다면 덕산스님을 어떻게
          천고에 뛰어난 대조사라 할 수 있겠습니까?

           둘째는 ‘덕산스님이 과연 말후구末後句를 몰랐을까, 말후구도 모르고서

          어떻게 대조사가 되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암두스님이 덕산스님을 두고
          “말후구도 모른다.”고 했으니 과연 그 뜻이 어느 곳에 있느냐는 것입니다.
          덕산스님이 실지로 대답을 못하고 돌아갔으므로 “말후구도 모른다.”고 했

          는지, 아니면 그 뜻이 다른 곳에 있는지 그것도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은밀히 그 뜻을 말하였다 하니 무슨 말을 하였을까’ 하는 의문입
          니다. 비밀히 그 뜻을 말씀드렸다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해 내려오지
          않습니다. 과연 암두스님은 덕산스님에게 무슨 말을 하였을까요?

           넷째는 ‘덕산스님이 암두스님의 가르침에 의해 말후구를 알았으며, 또 그

          수기授記를 받았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암두스님이 덕산스님을 비밀히 만난
          후 덕산스님의 법문이 예전과 달랐다 했고, 암두스님이 “기쁘다, 늙은이가
          말후구를 알았구나. 이젠 천하의 누구도 이 늙은이를 어떻게 할 수 없으리

          라. 그러나 삼 년뿐이다.” 했는데 암두스님 예견대로 과연 삼 년 후에 돌아가

          셨습니다. 그럼 암두스님이 덕산스님보다 몇 배나 훌륭하였단 말인가요?
           이것이 덕산탁발화의 네 가지 풀기 어려운 문제점으로 되어 있는데, 이
          는 실지에 있어서 화두話頭 공부를 부지런히 해 확철히 깨쳐 정안을 바로

          갖추기 전에는 절대로 모르는 것입니다. 혹 여러분도 이리도 생각해 보고

          저리도 생각해 볼는지 모르지만 그런 사량복탁思量卜度으로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자성을 바로 깨치기 전에는 덕산과 암두와 설봉, 세 분 말씀의
          근본 뜻은 절대로 모릅니다.

                               - 성철스님의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2020)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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