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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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는데, 이 떡장수 노파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다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노파에게 물었습
             니다.

               “이 근방에 큰스님이 어디 계십니까?”

               “이리로  가면  용담원龍潭院에  숭신崇信선사가
             계십니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곧 용담으로 숭신선사를
                                                           사진 2.  용담숭신龍潭崇信(?〜?)
             찾아갔습니다.                                            선사.

               “오래 전부터 용담龍潭이라고 말을 들었더니 지
             금 와서 보니 용龍도 없고 못[潭]도 없구만요.” 하고 용담숭신 선사에게 말
             하니 숭신스님이 말했습니다.

               “참으로 자네가 용담에 왔구먼.”

               그러자 또 주금강은 할 말을 잊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숭신스님 밑에
             서 공부를 하였는데, 하루는 밤이 깊도록 숭신스님 방에서 공부하다가 자
             기 방으로 돌아오려고 방문을 나서니 밖이 너무 어두워 방 안으로 다시 들

             어갔습니다. 그러니 숭신스님이 초에 불을 켜서 주고 덕산스님이 받으려

             고 하자 곧 숭신스님이 촛불을 훅 불어 꺼 버렸습니다. 이때 덕산스님은 활
             연히 깨쳤습니다. 숭신스님께 절을 올리니 용담스님이 물었습니다.
               “너는 어째서 나에게 절을 하느냐?”

               “이제부터는 다시 천하 노화상들의 말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그 다음날 덕산스님이 『금강경소초』를 법당 앞에서 불살라 버리며 말했
             습니다.
               “모든 현변玄辯을 다하여도 마치 터럭 하나를 허공에 둔 것 같고, 세상의

             추기樞機를 다한다 하여도 한 방울 물을 큰 바다에 던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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