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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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5호 | 풀어쓴 『선문정로』 10    청소년 시절, 나는 한동안 무협지

                                             의 세계에 빠져 지낸 적이 있다. 극단
                                             적 고행에 가까운 수련, 절대 비급의

                                             습득, 신비한 영약의 복용, 압도적 무
             오매일여와                           기의 발견, 전설적 스승의 가르침, 무

             아뢰야식의 타파                        술의 이치에 대한 우연하고도 갑작스
                                             러운 눈뜸 등은 그 성장기적 충동에

                                             어떤 암시가 되기에 충분했다.
              강경구
              동의대 중국어학과 교수
                                               성철스님의 화두 삼관三關



                                               그러한  무협지에  하나의  공통된

                                             전형이 있는데 바로 최고의 악당은
                                             꼭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배치이다.
                                             그는 군소 악당과는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실력과 세력을 갖추고 장벽처

                                             럼 나타난다. 주인공은 스스로 갈고
                                             닦은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최후의
                                             결투에 임하지만 그것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절대적 포기라고 할까,

               강경구   현재 동의대학교 중국어학과          초월적 달관이라고 할까, 자기의 모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앙도서관장을 맡
               고 있다.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에 최대         든 것을 내려놓는 무장해제가 있고
               한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수행자로          나서야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서의 본분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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