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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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화투장을 뒤섞어 놓은 거
             같이 됐습니다. 예를 들자면 4장
             의 화투 묶음 속에 솔도 있고, 매

             조도 있고, 비도 들어 있는 것처

             럼 됐어요. 이걸 제대로 체계를
             잡으려면 솔은 솔대로 묶어서 출
             간해야 하는 거지요.



             ▶  불경 번역의 순서가 뒤섞였다

                는 말씀이시군요?
                                             사진 6.  운허스님의 은관문화훈장을 월운스님이 대신
               그렇지요.  어렵게  번역한  원                받다(2015년 10월 15일).

             고들을 체계 있게 정리하지 못해서 아쉽고, 그것을 누군가는 마저 해야겠

             지요.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 80세가 넘어가고, 그야말로 이놈의 시간이
             어서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았지요. 그렇게 하나의 꿈결처럼 지
             나가 버렸어요. 그래서 옛사람의 말이 몽일장夢一場이라고 하죠. 지나고 보

             니 한바탕 꿈이었어요. 한바탕 드라마가 끝난 거지요.

               사실은 내가 경기도 장산이라고 지금 북한인데, 조그마한 변두리에서
             태어났어요. 어떻게 어떻게 출가해서 중노릇을 제대로 못했어요. 참 그야
             말로 도를 닦거나 열심히 계행을 닦거나 참선을 제대로 해야 되는데, 옛

             날 승려사회에서는 불경을 본다는 것이 고급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조계

             종 풍토로 봐서 불경을 보는 것이 승려의 본분상이 아닌 걸로 쳐요. 이것
             은 가짜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나는 책이
             나 만들고 책장사나 했으니까 가짜 중에서도 가짜로 살아온 것이나 다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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