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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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행도집』의 발간과 불교의식의 중요성
▶ 참선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평생 학승으로 살아오셨군요?
첫째는 사주팔자가 그렇다고 그래야 되겠지요. 부처님 법도 다 인연이
거든요. 내가 속가에서 글을 좀 읽고 왔다는 것이지요. 그게 ‘세월아 가라’
하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화두를 즐기고 앉아 있기에는 부족해서 못할 것
같고요. 또 한 가지는 사실 우리 사회 여건도 있습니다. 다른 단체나 종교
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생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데 불교에
서는 ‘경을 봐서 뭐하냐’, ‘번역해서 뭐하냐’, ‘참선만 하면 되지’하는 풍토가
있었어요.
물론 그 분들은 그런 취향대로 하
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대
로 업이 됐든 지혜가 됐든 내 길이 있
었던 거지요. 욕을 먹으면 먹는 대로,
호법선신이 “너 잘했다.”고 점수를
주면 주는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길을
가는 것이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러다 보니
까 늘그막에 대접을 좀 못 받습니다.
우리 종단은 문자승文字僧을 쳐주지
사진 7. 역경에 몰두하던 시절의 월운스님.
사진 불교신문. 를 않으니까요.
▶ 스님께서는 불교의례나 의식 분야에 관심이 계셨죠?
불교는 엄밀히 말하면 철학이지 종교라고 할 것은 없어요. 부처님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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