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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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6호 | 풀어쓴 『선문정로』 11    봉암사에서 성철스님이 향곡스님

                                         에게  묻는다.  “죽은  사람을  완전히
                                         죽여야 산 사람을 볼 것이요, 죽은 사

                                         람을 완전히 살려야 비로소 죽은 사
          죽음 속에서                         람을 볼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무슨

          되살아나는 길                        뜻인지 알겠는가?” 이 질문에 향곡스
                                         님은 마땅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리하여 잠자고 밥 먹는 일까지 잊
          강경구
                                         고 21일간 삼매 가운데 정진하다가
          동의대 중국어학과 교수
                                         문득 자기의 두 손을 보고 밝게 깨닫
                                         게 된다. 한국 불교사에 빛나는 오도

                                         의 한 장면이다.



                                           무심경계의 제일 큰 병



                                           성철스님이 말하는 ‘죽은 사람’은

                                         무심에 이른 수행자를 가리킨다. 수
                                         행자가 6식의 분별을 쉬고 8식의 차
                                         원에 들어가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상황이 된다. 비

           강경구   현재 동의대학교 중국어학과          록 숨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죽음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앙도서관장을 맡
           고 있다.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에 최대         과 같은 상태이므로 이것을 죽은 사
           한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수행자로          람이라고 표현한다. 이 무심경계는
           서의 본분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번뇌로 인한 장애가 사라졌다는 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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