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23년 1월호 Vol.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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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7호 | 풀어쓴 『선문정로』 12 | 겹겹의 담장 속에 숨은 비밀의 창
고라고 해야 할까? 밀림 속의 옛 왕
궁이라 해야 할까? 우리 삶의 출발지
이자 목적지인 부처는 그렇게 ‘어딘
부분적 깨트림과 가에 숨어’ 그 존재성을 알리는 전파
부분적 깨달음 비판 를 송출하고 있다. 아니! ‘어딘가’라
고 말했지만 ‘모든 곳’이라 하는 것이
더 좋겠고, ‘숨어 있다’고 말했지만 ‘드
강경구
러나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좋겠다.
동의대 중국어학과 교수
숨어 있거나 드러나 있거나 간에
직접 부처를 만나 생로병사의 일체
고통을 해소해보자는 것이 불교다.
가장 좋기로야 모든 곳에 남김없이
드러나 있는 부처를 지금 당장 만나
는 일이다. 아야교진여 등 다섯 비구
가 석가모니의 최초 가르침을 받아
그 자리에서 완전히 깨달았던 것처
럼! 나무꾼 혜능이 ‘머물지 않고 그
마음을 낸다’는 구절에 확실히 눈뜬
것처럼!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다.
강경구 현재 동의대학교 중국어학과 이치로 보면 부처는 분명히 모든 곳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앙도서관장을 맡
고 있다.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에 최대 에 드러나 있지만 사실에 있어서는
한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수행자로 좀체 그 정체를 밝게 보기 어렵기 때
서의 본분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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